김평식 신유람 <30> 아이다호 헤밍웨이 묘소
━ 대문호의 묘비명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해" 대문호 헤밍웨이(1899~1961)의 무덤은 그가 작품 생활을 하며 살았던 플로리다 키웨스트 아니면 쿠바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짐작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년의 생을 마감하고 마지막 육신이 묻힌 곳은 바다와는 완전 거리가 먼 아이다호주의 조용한 산간 마을, 선밸리라는 곳이다. 한국에 철의 삼각지가 있다면 미국에는 아이다호 감자골 삼각지가 있다. 아이다호 주의 중남부 도시 트윈폴스(Twin Falls) 와 그 동북부 방향에 있는 크레이터스오브 더 문(Craters of the Moon), 그리고 서북향에 있는 선밸리(Sun Valley)지역을 아이다호의 관광 삼각지라 부른다. 트윈폴스는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에서 내려오는 많은 강물이 스네이크 강(Snake River)을 타고 내려오면서 쌍폭포를 만들어 장관을 이루는데 그래서 도시 이름도 트윈폴스가 됐다. 아이다호는 미국 최대의 감자 산지이지만 스네이크 강에서는 한국 남정네들이 제일 좋아하는 뱀장어가 미국 시장 소비의 절반을 담당할 정도로 많이 잡힌다고 한다. 쌍폭포 맞은편 전망대에서 잠시 폭포를 감상하고 헤밍웨이를 만나야겠다는 조급증에 서둘러 선밸리로 향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가는 길목에 있는 크레이터스오브 더 문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를 빠뜨릴 순 없겠다. 이곳은 미국에서 제일 크고 넓은 화산 공원으로 트윈폴스 동북쪽 약 100마일 거리에 있다. 가보면 용암이 만들어 놓은 황량한 분화구와 화산재 벌판뿐이지만 그 느낌은 장엄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하와이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유타 등 미국에는 화산이 터진 곳이 한 두 곳이아니지만 필자가 다녀본 곳 중에서 여기만큼 넓은 지역은 없었던 것 같다. 크레이터스오브문스라는 이름도 이 지역이 마치 달의 분화구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처음 달에 갈 때 우주인들이 이곳에 와서 훈련했다는 후문도 있다. 차를 몰고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중간중간 캠프장도 있고 등산로도 있다. 등산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 보면 듬성듬성 나무 군락도 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만개해 있어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75번 북서쪽으로 약 50마일 정도 가면 헤일리(Hailey)라는 소읍이 나온다. 개천에서 용 나왔다고 해야 하나. 세계적인 천재시인 에즈라 파운드가 1885년 10월 30일 이곳에서 태어났고 헤밍웨이도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하고 죽었으니 선밸리 지역이 유명세를 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에즈라 파운드는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는데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 작곡가,번역가, 작가 등 다재다능하게 활동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가 생전 살았던 집을 찾아갔더니 너무나 평범하고 소탈한 가구와 살림살이여서 나도 놀랐다. 헤일리에서 다시 북쪽으로 15마일쯤 올라가면 케첨(Ketchum)이라는 중소도시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헤밍웨이가 마지막 작품혼을 불태우다가 생을 마감한 곳이다. 방문객 안내소에 갔더니 그가 살았던 집은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와 주민들이 철문으로 막아 들어갈 수 없다면서 묘지 주소를 주며 찾아가 보란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그것도 황송한 마음으로 받아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묘지를 찾아갔더니 길가에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헤밍웨이 묘소. 그렇게 명성을 떨친 대문호였지만 뭐가 그렇게 불행했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여기 이렇게 한 줌 흙으로 남은 것을 보니 인생이 참으로 무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철판으로 된 그의 비문은 다른 사람 그것보다는 곱절은 큰데 ‘일어나지 못해 미안해 (Pardon me for not Getting up)’ 라는 문구가 오랫동안 시선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과연 대문호답게 죽어서까지 사람을 혼절시키는 문장이라니. 어려서부터 초저녁잠이 병적으로 많았던 필자가 난생처음 밤을 꼬박 새워가며 ‘노인과 바다’를 읽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이 묘비명을 보니 ’일어날 생각 하지 말고 내 초저녁잠이나 좀 덜어가시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참. #여행 메모 아이다호는 서북부의 주로 인구는 약 150만명 정도, 주도는 보이스다. 필자가 방문한 선밸리 지역은 유명한 스키타운으로 메릴린 먼로가 매년 스키를 탔던 곳이며 최근에는 톰 행크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로 명성이 높다. 헤밍웨이 묘소는 케첨묘지(Ketchum Cemetery)에 있다. 주소는 1026 N Main St, Ketchum, ID 83340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아이다호 헤밍웨이 아이다호 헤밍웨이 대문호 헤밍웨이 아이다호 감자골